<?xml version="1.0" encoding="utf-8"?><feed xmlns="http://www.w3.org/2005/Atom" xml:lang="ko-KR"><generator uri="https://jekyllrb.com/" version="3.10.0">Jekyll</generator><link href="https://msalt.net/feed.xml" rel="self" type="application/atom+xml" /><link href="https://msalt.net/" rel="alternate" type="text/html" hreflang="ko-KR" /><updated>2026-09-30T00:59:33+09:00</updated><id>https://msalt.net/feed.xml</id><title type="html">맛소금</title><subtitle>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가끔 생각을 기록하는 맛소금의 개인 웹 페이지</subtitle><author><name>맛소금</name></author><entry><title type="html">예상되는 결과의 중간 길목에 서서</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replacement/"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예상되는 결과의 중간 길목에 서서" /><published>2026-09-19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6-09-19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replacement</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replacement/"><![CDATA[<p>이상한 나라 엘리스에서는 붉은 여왕이 엘리스를 데리고 힘껏 달리면서,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하고, 어디론가 다른 데로 가려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한다고 했다.</p>

<p><img src="/assets/img/queen.png" alt="red queen" /></p>

<p>심지어 붉은 여왕 가설이라는 것도 있다.</p>

<blockquote>
  <p>진화 경쟁에 대한 진화생물학의 가설로서, 생명체는 주변 환경과 경쟁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적응하여야만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으며, 진화하는 생명체가 환경을 초월하여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는 없다는 이론이다. ‘붉은 여왕 효과’라고도 한다.</p>
</blockquote>

<hr />

<p>AI, AX의 광풍이 저만치에서 밀려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 우리 회사는 이제 시작인것 같은데, 어떻게 되려나.</p>

<p><img src="/assets/img/call-center.png" alt="call center" /></p>

<p>콜센터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정말 오래전부터 들려왔고,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다. 이름이 컨텍센터로 변경된 것도 한 몫함.</p>

<p>요즘 은행 가는 사람 별로 없다. 모바일 앱에 투자가 이뤄졌고, 앱으로 부족한 것은 콜 센터에서 대응하면서 센터는 커졌다.</p>

<p>동시에 AI가 발전하면서 센터의 효율은 빠르게 증가하였고, 센터에 사람은 줄고, 에이전트는 늘어났다.</p>

<hr />

<p>예상되는 결과로 우리 사무실에 인력도 줄어들 것이다.</p>

<p>실제 인력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몰라도, 지금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인력은 금방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p>

<p>AI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는데, AX는 속도를 줄여서는 안된다.</p>

<p>비즈니스 세계는 이상한 나라다. 붉은 여왕 가설을 단지 가설로 치부해서는 안된다.</p>

<p>내가 하는 일이 AI로 대체되는 것을 기분 나빠하기보다, 더 빠르게 대체하고,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p>

<p>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에 <strong>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요즘 같은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합의와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strong></p>

<p>그렇기에, <strong>AX는 함께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고,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협력할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strong></p>

<p>나는 요즘 저 콜센터에서 사용하는 STTTA 같은 것을 설계하고 만들고 있다. 동료가 노동자의 을사오적이 되는 것아니냐고 농을 친다.</p>

<p>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엔지니어링을 하고는 있다만, 어떻게 전개될지…</p>

<ul>
  <li><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h42e5Er2uMc">Youtube - 인간 대신 AI로 “2백명 해고” 믿기지 않는 국민은행 실제 상황 / KBS 2023.12.16</a></li>
  <li><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bnyc0iECInI">Youtube - 콜센터 상담원은 AI와 전투 중｜헤드폰 포함 콜센터 상담원의 책상에 있는 무기(?) 털기 [알파GO EP6]</a></li>
  <li><a href="https://namu.wiki/w/%EB%B6%89%EC%9D%80%20%EC%97%AC%EC%99%95%20%EA%B0%80%EC%84%A4">나무위키 - 붉은 여왕 가설</a></li>
</ul>]]></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유난히 더 빠른것 같은 변화의 중간에서 나는 어디쯤 있나. 너무 앞서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타이밍 맞추기 쉽지 않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추상화 잘하는 사람</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abstraction/"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추상화 잘하는 사람" /><published>2026-08-16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6-08-16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abstraction</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abstraction/"><![CDATA[<p>오랜 고민 끝에 까다로운 기술 문제를 추상화해놨더니 너무 추상적이라는 어이 없는 피드백이 있었다.</p>

<p>다수를 대상으로한 깊이 없는 설문조사 응답 중에 하나였지만 어이가 없었다.</p>

<p>*아바타는 AX 과정에서 구축하게 될 Agent를 임직원의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가상의 업무 파트너로 추상화한 개념이며, 아바타 카드는 그 추상적인 개념의 메타 데이터를 구체화한 것이다.</p>

<p>OSI 7 Layer, User Interface, Platform처럼 우리가 아는 많은 용어들이 필요한 기술을 추상화해 놓은 것이다.</p>

<hr />

<p>나는 내가 쓴 첫 책에서도 몇 장을 할애해서 추상화에 대해서 소개했다.</p>

<p><img src="/assets/img/image-1.png" alt="abstraction" /></p>

<p>암호화폐 가상매매 시스템 만드는 책인데, SW 개발에 대한 온갖 생각을 쏟아 부었던 것 같다.</p>

<p>어째든, 추상화는 정말 중요하고 절묘한 것이다.</p>

<p>추상화하면 떠오르는게 피카소인데, 나보다 100년 앞서 태어나서 여느 화가들과는 다르게 살아 생전에 부귀영화를 누렸다.</p>

<p>잘은 모르지만 상당히 똑똑해서 그런것 아닐까싶다.</p>

<p>추상화는 핵심을 찌르는 것이다.</p>

<p>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짧고 굵게 핵심만 이야기하는 것이 추상화다.</p>

<p>SW를 잘하려면 당연히 추상화를 잘해야하고, 성공하려면 당연히 추상화를 잘해야 한다.</p>

<p>오늘도 수 없이 많은 우주의 신호 중 일부를 추상화하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SW를 잘하려면 당연히 추상화를 잘해야하고, 성공하려면 당연히 추상화를 잘해야 한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gpt와 함께한 유럽 여행</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cc-trip/"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gpt와 함께한 유럽 여행" /><published>2026-08-13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6-08-13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cc-trip</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cc-trip/"><![CDATA[<p>한참 바쁘게 일하고 훌쩍 떠난 2주간의 유럽 여행, gpt가 많이 도와줬다.</p>

<p>회사에서 하는 일도 AX이고 개인 프로젝트도 AX, 일상도 AX 그 와중에 휴가까지 AX!</p>

<p>*AX(AI Transformation)는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도구 도입을 넘어 기업의 업무 방식, 의사결정 체계, 조직 구조 전체의 중심에 두고 혁신하는 인공지능 전환을 뜻함</p>

<h2 id="유럽-여행-아직도-책으로-준비하나">유럽 여행 아직도 책으로 준비하나?</h2>

<p>아내가 빌려온 15권의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었다. 4권정도 대충 봄;;</p>

<p>준비를 안할 수는 없고, 일정을 준비했는데, 그냥 웹 버전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서, Agent시켜서 파일 기반으로 리뷰하면서 만들었다.
교통 수단을 택시, 버스, 지하철, 도보 등으로 비교 정리하고, 비용과 시간 기반 추천 수단까지 정리했다.</p>

<p>음식은 일정 중간에 추천하는 맛집, 일정내에 메뉴가 겹치지 않게, 가능하면 현지식으로 2~3개를 조사하도록 했다.</p>

<p>그 외에 사전 예약이나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일정에 적어 두도록 했다.</p>

<p>공항에서 대기 타면서 빠르게 읽고, 전날 밤에 한 번 더 읽으니까 하루 하루 대응이 잘 되더라ㅋ</p>

<p>심지어 가기전에 애들 공부시키려고 사이트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많이 안 봄;</p>

<p><a href="https://trip.msalt.net/">https://trip.msalt.net/</a></p>

<h2 id="도슨트의-종말">도슨트의 종말</h2>

<p><img src="/assets/img/prado.png" alt="prado tickets" /></p>

<p>이번 여행에서 많이 놀란게 유럽은 아직도 시골일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발전되어 있었다.</p>

<p>공유 전기 자전거도 있고,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가 제공된다. 그리고 현금을 하나도 안썼다.</p>

<p>박물관에서도 꽤나 빠른 인터넷이 제공되는데, gpt가 개인 가이드가 되어준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프라도 미술관을 제외한 르부르, 오르세, 내셔널 갤러리, 영국 박물관에서 아주 유용했다.</p>

<p>도슨트하면 계속 질문하기 좀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자꾸 캐물을 수 있어서 특히 더 좋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루트 설계를 해서 최적 동선으로 관람이 가능하다!</p>

<h2 id="호텔-로비-화장실-정보까지-실시간-탐색">호텔 로비 화장실 정보까지 실시간 탐색</h2>

<p>유럽 여행에서 주의할 점은 화장실 위치인데, gpt의 실시간 탐색 능력이 빛을 발했다.</p>

<p>이 부분에서 아내가 가장 놀랐다. 미술관의 경우 아내는 5권 + 유튜브로 거의 가이드 수준으로 학습되었기에 내가 이길 수가 없었는데, 이건 달랐다.</p>

<p>딸들이 화장실을 찾을 때, 현재 내 위치에서 깔끔한 무료 화장실을 기가 막히게 찾아준다.</p>

<p>특히 주변 호텔 로비 뒤쪽의 화장실, 마트내에 공개 화장실을 웹에서 건물 안내도를 찾아서 알려줬을때, 살짝 자비스 같은 느낌이었다.</p>

<p>화장실뿐만 아니라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나 조각상, 바닥에 표시나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궁금한 모든것을 알려준다.</p>

<h2 id="정산은-뭐-껌이지">정산은 뭐 껌이지</h2>

<p><img src="/assets/img/image.png" alt="receipt" /></p>

<p>가족 여행이니까 딱히 정산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 어느날 보니까 아내가 영수증을 다 가지고 있더라.</p>

<p>오호? 재미있겠는데? 책상에 놓고 대충 다 찍어서 올렸다. 카드 이용내역도 그대로 올렸다.</p>

<p>도시별, 항목별 지출 정리를 촤랴락! 그래프로 주르륵~ 정산 10분컷.</p>

<p>생각보다 얼마 안썼네?! 다음에 또 가야지! 야외 테이블에서 샹그리아 마시면서 사람 구경하면서 수다 떨기❤️</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회사에서 하는 일도 AX이고 개인 프로젝트도 AX, 일상도 AX 그 와중에 휴가까지 AX!]]></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advice-to-a-young-poet/"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published>2026-08-10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6-08-10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advice-to-a-young-poet</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advice-to-a-young-poet/"><![CDATA[<blockquote class="poem-quote">
  <p>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br />
인내를 가지라.<br />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br />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br />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br />
중요한 건<br />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br />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br />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br />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br />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테니까.</p>
</blockquote>

<p class="poem-author">- 라이너 마리아 릴케</p>

<p class="personal-note">때때로 검색과 댓글의 성급한 해답 말고<br />
온전히 내 자신의 해답이 필요하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때때로 검색과 댓글의 성급한 해답 말고, 온전히 내 자신의 해답이 필요하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hero-bg.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요리를 한다는 것</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cooking-book-review/"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요리를 한다는 것" /><published>2026-05-10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6-05-10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cooking-book-review</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cooking-book-review/"><![CDATA[<p><img src="/assets/img/cooking-book-review.jpg" alt="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 /></p>

<p>흑백요리사 2 우승자 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인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재미있고, 본인의 말투를 그대로 글로 옮겨놔서 마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필은 확실히 아님ㅋ 공감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는데, 전체적으로 삶의 흐름이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공감이 많이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비슷한 책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든 올해 아주 짧게라도 비슷한 형식으로 책 또는 책자로라도 나의 프로그래밍 인생에 대한 에세이를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다.</p>

<h2 id="기승전-요리">기승전 요리</h2>

<p>4개의 키워드로 큰 구분이 있다. 음식, 요리, 식당, 요리사라는 키워드인데, 사실 모두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릴 때 먹었던 음식부터 좋아하는 음식까지 개인적인 경험을 쭈욱 이야기하는데,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작가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p>

<p>음식 다음으로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요리에 대한 소소한 생각이나 에피소드부터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내가 늘 하는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이 시작해서 밤새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늘 하는 일이면서도 매번 고민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참 비슷하다고 느껴졌다.</p>

<p>요리 다음은 식당인데, 이것은 프로페셔널, 즉 직업으로써 일에 대한 경험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직업 프로그래머이면서도 취미로 토이 프로젝트도 하고, 가끔은 해커톤 같은 행사에 나가서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기도 한다. 이때 프로그래밍이라는 행위는 같지만 상황에 따라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강록 요리사의 요리도 마찬가지다. 흑백요리사 속의 요리와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의 요리는 다르다.</p>

<p>마지막으로 요리사라는 키워드로 그동안 대중들에게 보였던 자신의 모습과 그 이면의 모습, 그리고 그 간격에 대한 고민이나 자신의 생각을 겸손하게 풀어놨다. 4가지 키워드는 모두 온통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구성처럼 나도 어쩌다 보니까 내 삶은 어떤 하나의 큰 주제가 중심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을 일하다 보니 해왔던 일들, 때로는 너무 부끄럽고, 부족하고, 하찮은 것 같고, 매 순간은 지겹게 반복되는 제자리걸음 같은 것들이 이제는 지울 수 없는 묵직한 중심이 되어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게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책 한 권을 뚝딱 쓸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누가 아재의 때 묻은 청춘 이야기를 집어 들 것이냐 일 것이다. 매번 내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어 버리는 아내를 생각해 볼 때, 그 책은 무료 배포하거나 받침대로 활용하기 좋게 디자인해야 할 것 같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를 읽으며, 요리와 프로그래밍으로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cooking-book-review.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cooking-book-review.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위버맨쉬</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ubermensch/"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위버맨쉬" /><published>2025-10-07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5-10-07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ubermensch</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ubermensch/"><![CDATA[<p><img src="/assets/img/ubermensch-cover.jpg" alt="《위버맨쉬》 글 표지" /></p>

<p>자기 개발서는 웬만해서는 읽지 않는 편인데, 회사 업무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고 그 혼란 속에서 우연이 눈에 들어온 책 소개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p>

<blockquote>
  <p>나약한 지금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니체의 통찰</p>
</blockquote>

<p>아프니까 청춘이다 힘들수록 웃어라 따위의 자기 개발서는 정말 극혐인데, 니체의 사상을 짧은 문장으로나마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택했다.</p>

<h2 id="나를-죽이지-못하는-고통">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h2>

<blockquote>
  <p>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p>
</blockquote>

<p>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전 손발 오그라드는 내용 투성이다. 조금은 후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 극복과 성장에 관한 삶의 태도 같은 부재 아래서 한 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나태한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짧은 글귀들은 꽤 좋았다. 어쩌면 조금 진부할 수도 있는데 굉장히 짧게 끝내는 글귀들이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기고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좋았다.</p>

<blockquote>
  <p>회복이란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 아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이다</p>
</blockquote>

<p>많은 공감이 되었다 내 삶을 돌이켜 봤을 때 힘들었던 날들을 이겨내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은 그날들이 더 이상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날들을 생각하더라도 또는 비슷한 순간이 내게 오더라도 내가 이제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가졌다고 생각했을 때였다.</p>

<blockquote>
  <p>도덕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그 도덕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면 수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가능성을 가로막는다면 우리는 그 너머로 넘어설 준비도 해야 한다</p>
</blockquote>

<p>정말 많이 해본 생각이고 나의 친한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너무 솔직하게, 너무 순진하게, 너무 순종적으로 그래야 한다라는 것들을 따르지만 말고 한 번쯤 스스로 생각해 보고 그 어려운 저항 또는 거부를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p>

<blockquote>
  <p>기다림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힘을 시험하는 과정이다</p>
</blockquote>

<p>내가 정말 가슴에 두고두고 책이고 연습해야 할 내용이다. 나는 정말 기다림이 필요하다 신중하게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여전히 매번 똑같이 많이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기다리자.</p>

<h2 id="진심으로-강한-사람은-감사할-줄-안다">진심으로 강한 사람은 감사할 줄 안다</h2>

<p>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은 경험과 지식을 쌓을수록 자신의 부족함, 무지에 대해서 더욱 분명하게 인지하게 된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도 비슷하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감사한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상황을 인지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감사함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일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p>

<p>근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때때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에 인색한 경우가 있다. 감사함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를 무언가를 빚졌다고 생각하고, 갚아야 할 부채가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주로 “말로만?”, “그래서 뭐해줄 건데?”라는 반응을 보인다. 잘 보면 농담으로라도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도 아껴서 한다.</p>

<p>비슷하게 사과를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데, 잘못을 인정하면 무언가 대가를 치르거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동시에 사과를 하지 않고 뭉게 버렸을 때와 이해 득실을 계산해서 행동하는 것이다.</p>

<p>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때때로 그 말의 무게를 생각해서 망설이는 신중함을 이해할 수는 있다만,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담아 할 수 있는 말이란 걸 알기에 진심을 담은 감사와 사과를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참 멋있어 보인다.</p>

<p><img src="/assets/img/ubermensch-book.jpg" alt="《위버맨쉬》 책 사진" /></p>

<h2 id="진심이-꼭-진실은-아니다">진심이 꼭 진실은 아니다</h2>

<p>때로는 진심이 가장 강력한 착각이 될 수 있다. 신념에 목숨을 걸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켜 보라. 내가 믿고 있는 진심과 절대적 가치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결혼하기 전 가장 피하고 싶은 배우자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막연히 믿는 사람이었다. 종교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고지식함이나 신념 또는 가치관일 수도 있는데,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믿음에 빠져있는 사람과 아주 깊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멀리 떨어져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p>

<p>그렇다고 반대로 무색무취의 유령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진심이 꼭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나 변하지 않는 약속을 막연히 강조하기보다 변하지 않을 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상황을 바꾸고, 약속의 의미를 다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배우자와 가족은 그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p>

<p>사실, 이런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다양한 사람이 있고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근데, 가족은 아니다. 아주 오래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고, 쉽사리 헤어질 수도 없다. 그래서 그냥 소박하게 바라 본 것이다. 어쩌면 내가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크고 굳은 신념을 품어주고, 지지하고 또는 치열하게 맞서 싸울 용기가 없어서 아니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위버맨쉬》를 읽으며 자기 극복과 성장, 감사와 사과, 진심과 진실에 대해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ubermensch-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ubermensch-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단 한 번의 삶</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one-life/"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단 한 번의 삶" /><published>2025-09-10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5-09-10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one-life</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one-life/"><![CDATA[<p><img src="/assets/img/one-life-cover.jpg" alt="《단 한 번의 삶》 글 표지" /></p>

<p>작년에 ‘여행의 이유’를 아주 재미있게 봤던 기억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역시 재미있었다. 오래전에 알았던 동네 형을 만나서 그간의 소식과 요즘 생각을 전해들은 느낌이었다.</p>

<p>막상 독후감을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읽은지 오래 되었지만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작가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담백하고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서술하는 부분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알게된 사실과 어렸을적 그리고 커서 경험했던 엄마의 존재와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너무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오랜 친구나 아는 형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이야기가 진솔한만큼 내 마음도 움직였고, 나도 엄마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p>

<p>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죽음에 이르게된 과정이나 어릴적 추억 같은 것에 대한 생각보다 아빠의 삶을 담담히 복기해 봤던 것이 생각난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그 간의 추억이나 현실 생활, 미래에 대한 고민들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보니 한 사람으로서 아빠의 인생을 찬찬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가의 글에서 그 때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p>

<p><strong>어릴때 영 호기심이 생기지 않던 것이 부모님의 인생 이야기인데, 막상 막을 내리니 찾아오는 아쉬움에 뒤늦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았지만 그것은 사건 현장에서 남아있는 단서를 바탕으로 추리해보는 일에 불과했다.</strong> 부모님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생각난다. 나의 삶도 부모님처럼 단편적인 경험 위에서, 시간이 꽤나 지나서야 재해석되고 기억되고 자기들 좋을대로 마음 한켠 어디에 놓여지겠지. 거기 까지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도 좋다. 그리고 부모님 마음이 내 마음 같았거니 생각하면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p>

<h2 id="사람은-변한다">사람은 변한다</h2>

<p>개인적으로 사람 안 변한다는 단정적인 그 말을 정말 싫어한다. 그 말이 그렇게 많이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고, 핏대세워서 흥분할 필요 없는 말인데도 나는 핏대세워서 흥분하고 격렬하게 저항한다. 그렇다고 또 사람이 쉽게 변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변한다. 본인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자신의 생각과 취향 그리고 신체의 세세한 변화까지 느낄 수 있다.</p>

<p>가끔 자기 자신의 변화는 알지 못하고 <strong>내가 언제 그랬냐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흥분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황당하기보다 무섭다. 나도 가끔 비슷한 이유로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방방 뛸 때가 있는데, 상대방은 얼마나 황당할까.</strong> 그런 경험을 몇번하게 되면,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어릴적 내 모습 아니 10년 전 내 모습만 생각해봐도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싶고, 괜시리 겸손해진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확신의 찬 생각도 바뀔 수 있고, 세상과 사회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변한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조금은 겸손해지고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고, 확신에 찬 결기를 앞세우기보다는 곰곰히 한 번 더 생각해 보게되는 것 같다.</p>

<p>김영하 작가도 젊었을 적 호기롭게 확신하고, 단정하던 본인의 모습이 낮설게 느껴졌다고 하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다. 조금더 여유있고 신중한 사람이 된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막연히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에 조금은 슬프다.</p>

<h2 id="확실한-것과-확실하지-않은-것">확실한 것과 확실하지 않은 것</h2>

<p><img src="/assets/img/one-life-book.png" alt="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 책 사진" /></p>

<p>내가 졸업하고 취업 할 때 쯔음에는 공무원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나는 그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strong>평생 안정적이고 싶지 않았고, 죽을때까지 일하고 싶었고, 영원히 사랑하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삶의 빛나는 불 꽃이라고 믿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strong> 하지만 막상 결과적으로 돌이켜보면 나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살아버렸다. 특히 겉으로 들어나는 사실들은 더욱 그렇다. 처음 회사에 들어갈때는 35살 전에는 퇴사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서 40까지는 다녀야겠다 싶었는데, 이제 가끔 정년을 생각해본다. 물론 나는 여전히 모험을 동경하고 울타리를 나가서 역경을 해쳐나가는 꿈을 꾼다. 단지 요즘은 그게 정말 꿈처럼 남겨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슬프다. 너무 슬퍼서 자려고 누워 말똥 말똥 눈을 깜빡일때 가끔 눈물이 찔끔 고인다. 하지만 내가 그런 이야기를하면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고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는 것이 또 하나의 슬픔이다.</p>

<p>형 같은 김영하 작가가 이 책의 소개글에 일생에 한 번 쓸 수 있을 글이라고 썼는데, 참 공감이 되었다. 인생의 어느 순간 그 지점을 지날 때 느끼는 그 마음. 그 기분을 알 것 같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을 읽으며 부모님의 삶과 나 자신의 변화, 확실한 것과 확실하지 않은 것을 돌아봤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one-life-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one-life-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소년이 온다</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human-acts/"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소년이 온다" /><published>2025-05-11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5-05-11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human-acts</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human-acts/"><![CDATA[<p><img src="/assets/img/human-acts-cover.jpg" alt="《소년이 온다》 글 표지" /></p>

<p>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일주일에 한 회씩만 본다.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해서, 아내랑 한 회를 보고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음 화가 시작되기 전에 ‘그만 볼까?’ 말을 꺼낸다. 이 책도 내 가방에서 한 달을 살았다. 이 얇은 소설책을 한 달이나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도, 찔끔찔끔 볼 수밖에 없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 앞에 무기력함과 우울함, 자책과 안타까움 뿐이었다. 일말의 희망도 없었고, 살면 살아진다는 위로도 없었다. 애써 외면하려는 농담 섞인 대화도 없고, 상갓집에서도 들을 수 있는 웃음소리 하나를 볼 수가 없는 책이었다.</p>

<p>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은 내가 태어나기 전 일이라 기억이 없다. 다만, 관련된 이야기들은 어릴 적 기억에도 어른들이 쉬쉬하는 것들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유치원에 태극기 옆에 전두환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사람은 누군데 태극기 옆에 사진이 있냐고 할머니한테 물었는데, 황급히 내 손을 잡아채며,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하시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학교에 가고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내가 배웠던 광주 민주화 운동은 그저 역사 지식이었던 것 같다. 이자겸의 난, 무신 정권처럼 그저 외워야 할 하나의 텍스트일 뿐이었다.</p>

<p>다큐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나는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집단을 절대 지지할 수 없었다. 그것은 절대 합리화되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도 안 되는 사실이다.</p>

<blockquote>
  <p>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p>
</blockquote>

<p>나 역시 그렇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좋은 것은 그 기억을 조금 더 담담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흐릿해지지는 않는다. 더는 아프지 않고, 더는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그렇지만,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많아진 채 책을 덮었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광주 민주화 운동과 아물지 않는 기억을 돌아봤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human-acts-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human-acts-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도둑맞은 집중력</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stolen-focus/"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도둑맞은 집중력" /><published>2024-12-15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12-15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stolen-focus</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stolen-focus/"><![CDATA[<p><img src="/assets/img/brunch-15-cover.jpg" alt="도둑맞은 집중력 글 표지" /></p>

<p>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술 담배 하지 말고 꾸준히 운동하고 일찍 자야 건강하다는 것은 나도 아는데, 그런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로 읽기 시작했다.</p>

<p><img src="/assets/img/brunch-15-image-01.jpg" alt="도둑맞은 집중력 본문 사진 1" /></p>

<h2 id="에필로그부터">에필로그부터</h2>

<p>우리는 모든 주제에 대해서 주의를 덜 가지게 되었다. 우리 사고의 깊이는 얕아지고 당장 원하는 것은 빠르고 쉬운 자극이 되었다. 그것은 많은 부문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숙고 없이, 더 많은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소모하면서 욕망에 충실하도록 만들었으며, 결국에는 전쟁이나 환경 오염, 재난을 야기하게 되었다 것이다는 것이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집중력으로 시작했는데, 사회 문제로 확대되었고 지구 환경 문제의 원인이 집중력 저하 때문이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주장하고 있다.</p>

<p>확실히 부담될 만큼 큰 폭의 주장인데,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의 말대로 사람들의 주의력은 예전 같지 않고,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자극적인 편가르기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의 지식을 과신한다. 우리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지 못한 옛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할지 몰라도, 현재 우리의 판단력과 통찰력 기반의 행동들은 어쩌면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p>

<h2 id="세이렌을-이기는-방법">세이렌을 이기는 방법</h2>

<p>나이트클럽의 수질 관리를 책임지는 문지기가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면 클럽은 개판이 된다는 직관적인 예시로 우리 뇌 전두엽의 역할을 설명해 준다. 우리 전두엽은 이제 밀려오는 정보와 자극을 제대로 걸러내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수많은 전자기기의 알람 속에서 우리는 스마트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지만 본질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p>

<p>스타벅스 로고로 유명한 세이렌의 전설 이야기에서 그 옛날 바다를 향해하는 선원들이 아름다운 세이렌에 반해 바다로 뛰어 들어서 죽는다. 이야기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이 매혹적인 여성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알아냈는데, 세이렌이 사는 바다를 지날 때 선원들이 손발을 돛대에 단단히 묶어두게 하는 것이었다.</p>

<p>유혹을 이겨내리라 자신하지 말고 손발을 묶어버리는 이 행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수많은 멀티태스킹을 잘 해내리라 자신하지 말고, 사전에 적당히 차단함으로써 전두엽을 고통에서 해방시키자.</p>

<h2 id="딴-생각의-가치">딴 생각의 가치</h2>

<p>책에는 수면 중에 뇌의 정화 활동, 몰입의 중요성 등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딴 생각에 대한 연구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평소에 내가 많이 경험하고 즐겨 활용하는, 정말 격하게 공감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p>

<p>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집이나 회사, 친구들과 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끝없이 다양한 일들이 들어온다. 물론 계속 정신없이 몰아치다가도 갑자기 막상 뭔가 할 일, 해야 할 일이 없는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도 짧은 영상과 뉴스, 미뤄둔 읽어야 할 것들을 찾아서 해치운다. 심지어 혼자 밥을 먹는 시간, 잠깐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도 그냥 아무것도 보지도, 읽지도 않고 보내질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확실히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혼자 온전히 식사만 하는 사람이 없고, 창가를 멍하니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없다. 그 사람들 손에는 이제 핸드폰이 쥐어져있다.</p>

<p>나는 가끔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낸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산책을 하거나, 그냥 어느 곳에 혼자 방문해서 둘러보거나, 그냥 혼자 갈 수 있는 카페나 식당에 간다. 솔직히 식당은 정말 어렵다. 혼자 가는 것 자체가 민폐로 여겨지는 곳이 많고, 혼자 술 마실 수 있는 펍은 찾기도 쉽지 않지만 가끔은 애써 찾아본다. 가만히 있다 보면 핸드폰 보는 것도 지겹고 그냥 이런저런 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진짜 좋은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왜 그런 생각을 이제서야 했을까 싶은 생각들을 많이 한다. 굳이 따로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버스 밖 풍경을 보거나 지하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딴 생각을 한 번 해보시라.</p>

<h2 id="무한-스크롤의-노예">무한 스크롤의 노예</h2>

<p>내가 절제력이 부족한 편이긴 하지만 SNS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 일상에 호기심이 많은 편도 아닌데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것이 SNS 서비스다. 시작을 안 하면 일주일, 한 달을 접속하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는데, 오래간만에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책에서는 이것이 바로 무한 스크롤이라는 혁신적인 기술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효과가 강력한 만큼 너도 나도 무한 스크롤 기술을 사용한다. 동영상도, 노래도 마찬가지다. 이제 긴 콘텐츠는 소비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대 1분의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에 동영상도 점점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신곡들도 계속 짧아지고 있는데, 음악 사이트 10위까지 곡 중 절반이 3분 미만의 짧은 곡이다. 가장 짧은 제니의 만트라는 2분 16초다.</p>

<p><img src="/assets/img/brunch-15-image-02.png" alt="도둑맞은 집중력 본문 사진 2" /></p>

<p><a href="https://namu.wiki/w/%EB%9F%AC%EB%8B%9D%ED%83%80%EC%9E%84">러닝타임</a></p>

<p>정신없이 짧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흡수해서 더 똑똑해지는 것일까? 뭔가, 다들 어디서 본 것은 많아서 ‘어, 저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그것이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기에 점점 잘 못된 의사결정이 많아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극단적인 정치 문제나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솔직히 너무 큰 의견이라서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p>

<h2 id="경제적-여유-값싼-식단-그리고-환경">경제적 여유, 값싼 식단 그리고 환경</h2>

<p>사실 책에는 조금 급진적인 내용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필리핀 사탕수수 밭의 일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와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 (임금 수령 전과 후) 아이큐가 평균 13점 정도 차이 났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지금의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p>

<p>값싼 식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영양분은 부족하고 열량만 높은 값싼 식단 역시 사람들의 뇌의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고, 낮추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집중력에 태클을 건다고 한다. 달콤한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아 보지만, 사실 나도 당 보충한다는 명분으로 달콤한 군거질을 종종 먹는다. 일단, 과당 음료부터 다 없애야겠다.</p>

<p>무연 휘발유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그럼 유연 휘발유도 있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려니 했는데, 책에 나온 내용을 보니 예전에는 유연, 즉, 휘발유에 납을 넣어서 팔았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대중을 속여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충 기억나는 비슷한 사건만 해도, 담배, 페인트, 가습기 소독제 등이 있는데,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정말 고민이 많아진다.</p>

<p><a href="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4749.html">“유연휘발유 납 때문에 아이큐 낮아졌다”…66~75년생 가장 영향</a></p>

<h2 id="집중력이-아닌-자신을-잃고-있는-것은-아닌지">집중력이 아닌 자신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h2>

<p>에필로그에서 3가지 형태의 집중력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지금 당장 어떤 것을 할지 밝혀주는 스포트라이트, 책을 쓰고 싶다거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보다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 길을 안내해 주는 스타라이트, 그리고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을,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데이라이트 형태의 집중력이 있다고 한다. 셋 다 중요하지만 데이라이트의 상실은 결국 나의 존재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형태의 상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단순히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중력을 잃고 있는 현상과 관련된 현실 문제가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단순히 조금 산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사회를 망쳐 놓을 큰 병을 앓고 있는</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며 집중력의 위기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방법을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5-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5-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채식주의자</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the-vegetarian/"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채식주의자" /><published>2024-11-25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11-25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the-vegetarian</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the-vegetarian/"><![CDATA[<p><img src="/assets/img/brunch-14-cover.jpg" alt="채식주의자 글 표지" /></p>

<p>늦은 퇴근길에 회사 단톡방에 메시지가 하나 올라왔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올 줄은…” 이어진 사람들의 대화와 뉴스 기사를 보고 나는 바로 알라딘에 접속해서 책을 주문했다. 낮 시간이었다면 아마 주식도 얼른 주문했을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단순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하고 지루한 쳇바퀴 같은 일상에 오랜만에 문학이 한 컵 와락 쏟아졌다.</p>

<p><img src="/assets/img/brunch-14-image-01.jpg" alt="채식주의자 본문 사진 1" /></p>

<h2 id="roll-out"><strong>Roll-out</strong></h2>

<p>전쟁터 같은 치열한 경쟁 사회 한복판에서 키워온 나의 기민한 주문도 결코 빠른 것이 되지 못했다. 역시 우리나라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나는 한참의 대기를 거쳐서 주문을 했고, 책은 한참을 더 걸려서 내 손에 왔다. 웃돈을 얹혀 등록된 중고 서적이 등장하고, 한강 작가에 대한 인터뷰와 과거 방송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빠르게 반응하지만 쉽사리 깊게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이 경쟁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이다.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깊이 들어갈 여유가 없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결과인듯한데, 어쨌든 나는 많은 기사나 인터뷰들을 대충 힐끗 보고 지나치며 책을 기다렸다.</p>

<p>마침 재미있다고 느껴진 표현은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이다. 이 표현은 책 속 작가의 말에도 나오고 꽤나 자주 사용하시는 것 같다. Roll-out이 떠올랐다. Roll-out은 발표나 생산, 출시 등을 뜻하는데, 소프트웨어 바닥에서는 개발팀에서 굴리던 새로운 업데이트가 시스템에 적용되는 것을 뜻하곤 한다. 개발자도 작가님처럼 코드와 문서들을 굴리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 과정은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는 작가님처럼 창작의 시간을 음미하면서 즐기도 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p>

<h2 id="영혜-같은-사람"><strong>영혜 같은 사람</strong></h2>

<p>책을 집자마자 단숨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기이한 내용이지만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친숙한 느낌이다. 하나같이 실존하는 인물, 한 번쯤은 경험해 봤던 사람들 같은 기분이라서 더 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똑같지는 않지만 영혜 같은 사람을 살면서 꽤나 많이 만나봤던 것 같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영혜로 묘사되는 그 인물이 갖고 있는 느낌과 생각, 행동이 그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군대에서 만났던 그 사람들의 그 모습들이 생각나서 기분이 묘했다. 소설을 읽었는데, 소설 내용과 무관하게 추억 속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경험을 했다.</p>

<p>아마 영혜가 관찰의 대상으로 나와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혜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그녀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넘겨짚어 볼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물음표가 남는다. 그리고 그 물음표까지 그대로 추억이 되어 버렸는데, 영혜는 그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 그런 애가 있었지. 근데, 그때 왜 그랬을까…그때 그 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여전히 결코 깊지 않은 의문을 남긴 채 흩어지는 추억이다.</p>

<h2 id="채식주의자"><strong>채식주의자</strong></h2>

<p>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먹는 음식의 식자재가 손질되는 과정을 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연민 이상의 복잡한 감정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의 생명을 거두어 가야 하는 순간이 불편해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 불편함을 잊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든다. 때때로 채식주의자는 그런 불편한 생각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건강이나 환경 문제 때문에 또는 단순히 취향 때문에 채식을 할 수도 있지만, 채식주의라는 단어가 마치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어서 마음속 깊은 곳 어디쯤에서 어둠에 가려져 있던 불편함이 드러내기 때문이다.</p>

<p>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식주의자가 많이 불편하지 않은 것 같다. 불편함이라는 것 자체를 못 느낄 만큼 무뎌졌고, 채식주의라는 것도 그저 취향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존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인듯하다. 영혜는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신념에 따른 것도 아니고 그저 꿈을 꾸고 난 뒤로 채식을 하게 되었다. 꿈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우연한 사건에 의해 채식주의자가 된 것뿐이다. 꿈에 대한 내용이 조금씩 나오지만 그 내용이 어떻다 한들 그저 영혜의 꿈일 뿐이다. 그래서 더 무서운 느낌이었다. 어느 날 내가 그런 꿈을 꾸게 된다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에 두려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꿈을 꾸게 된다면 어쩌나.</p>

<p>꿈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 생활의 변화를 갖게 된 것은 영혜에게도 힘든 일이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영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펐다. 남편이라는 사람, 가족이라는 존재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저 꿈일 뿐인 것이기에 이해란 있을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이며 아픔인데 배려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채식주의자라는 일반적이지 않음이, 꿈 때문에 고기를 끊고 속옷을 입지 않은 것이 이해될 수 없음으로 공격받아야 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과 의지는 다수의 일반적인 생각에 무참히 짓밟히고 무시되는 그 순간,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책을 덮은 순간 나에게 찾아온 공포이자 외로움이었다.</p>

<h2 id="비폭력-대화"><strong>비폭력 대화</strong></h2>

<p>비폭력 대화는 ‘관찰 - 느낌 - 욕구 - 부탁’으로 구성되며 ‘판단 중지’에 중점을 두는 대화 방식이다. 미국의 교육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가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주장하면서 소개한 대화 방식이다. 회사에서 온라인 교육이나 리더쉽 워크숍 등에서 몇 번 접했지만 그런 게 있구나 하고 넘어갔던 내용들인데, 책을 읽고 나니 문득 비폭력 대화가 떠올랐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읽는 내내 영혜의 외로움과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에서 오는 폭력성을 느꼈다.</p>

<p>영혜가 더 영리했다면 채식을 하면서도 가족들이나 남편 회사 동료들과 마찰 없이 지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영리했다면 성적 자기 의사 결정을 분명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 영리했다면 정신 병원에서 나와서 일반인처럼 자유의 몸으로 산책도 하고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추억 속에 영혜 같은 친구들,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더 영리해졌다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은 어디에선가 그렇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영혜에게 느꼈던 안타까움이 책을 덮으면서 두려움이 되었다. 내가 언젠가 영리함을 잃어버리고, 외롭게 세상과 맞서야 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까 봐. 나의 꿈이, 나의 상상과 생각이 도무지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것이 되어 버릴까 봐.</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창작의 시간과 영혜 같은 사람들, 불편함을 돌아봤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4-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4-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apple-nvidia-shockwave/"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 /><published>2024-11-02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11-02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apple-nvidia-shockwave</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apple-nvidia-shockwave/"><![CDATA[<p>반도체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늘 사용자와의 접점에서의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입사 직전 지원서도 TN총괄로 변경했고, SW센터와 SR에서는 더 없이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찐으로 반도체 공장으로 들어와서 SW를 외치고 있는데, 반도체 8대 공정도 잘모른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할머니가 풀어내는 옛날 이야기 같은 매력을 가졌다. 듣다보면 어느새 깊은 밤이 되고, 자려고 누우면 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지며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된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그랬던건가…’ 나를 비롯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잘 모를 수 있는 업계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기술 발전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회사들의 선택과 생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p>

<p><img src="/assets/img/brunch-13-image-01.jpg" alt="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 본문 사진 1" /></p>

<p>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저자가 기자다 보니 오랫동안 취재해왔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술술 잘 풀어낸 것 같다. 그리고, chatGPT와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 그리고 중국과의 힘 겨루기에 AI와 반도체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 아주 적절한 시점에 세상에 나온 것 같다. 반도체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술 기업들의 의사 결정과 변화에 대해서 책 한 권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흥미롭다. 물론, 얇은 책 한 권에서 기술 지식에 대한 깊은 설명이나 많은 회사의 상황을 방대하게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딱 기사에 나올만한 수준의 내용들이고, 핵심 회사들을 중심으로만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을 바탕으로한 내용들이라서 더욱 흥미진진하다.</p>

<p><img src="/assets/img/brunch-13-image-02.jpg" alt="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 본문 사진 2" /></p>

<p>IT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머든, 엔지니어든, 퍼블리셔나 Product Manager, CTO, CEO 누구라도 한 번쯤 휘리릭 읽어보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AI 시대로의 대전환기에서 기업들의 미래에 대해서 나름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p>

<p><img src="/assets/img/brunch-13-image-03.jpg" alt="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 본문 사진 3" /></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를 읽으며 반도체 기술과 기업들의 선택, AI 시대의 미래를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3-image-01.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3-image-01.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the-course-of-love/"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published>2024-09-14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09-14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the-course-of-love</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the-course-of-love/"><![CDATA[<p><img src="/assets/img/brunch-12-cover.jpg" alt="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글 표지" /></p>

<p>어느 날 문득 “우리는 사랑일까”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다시 알랭 드 보통의 연애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소설이 아니라 일기나 에세이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리묘사가 세밀하다. 정말이지 이건 본인의 이야기인 것이 확실하다는 의심을 몇 번이나 갖게 만든다. 그리고 매우 격하게 공감되는 감정 표현과 심리 묘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재치 있고, 풍부한 묘사와 표현 덕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p>

<p><img src="/assets/img/brunch-12-image-01.jpg" alt="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본문 사진 1" /></p>

<h2 id="낭만적-연애"><strong>낭만적 연애</strong></h2>

<p>낭만적 연애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는 사랑일까”에서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일상에서 우연인 듯 필연처럼 만나서 낭만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이야기는 언제든 재미있고, 흥미롭다. 하지만 1부 낭만주의에서 읽게 된 낭만은 조금은 익숙하고, 빛바랜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우연히 다시 듣게 된 옛날 노래는 요즘 새롭게 알게 된 노래보다 외형적으로는 단조로울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몇 배나 복잡하고, 다양한 느낌과 생각을 전달해 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옛날 노래는 금방 플레이리스트를 떠나게 되는데, 자주 많이 듣는 것보다 가끔 들을 때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딱 그 정도 느낌일 뿐이었다. 조금은 아쉽게도.</p>

<h2 id="그-후의-일상"><strong>그 후의 일상</strong></h2>

<p>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그 후의 일상이 지루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길 바라지만, 어쨌든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 이후의 일상 이야기는 조금 식상했다. 번뜩이는 재치와 표현들로 흥미롭게 남녀 사이의 감정을 풀어냈던 지난 이야기들과 비교할 때 더욱 실망스러웠다. 물론 재미있게 다양한 각도에서 결혼 후의 일상을 이야기해주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잘 만들고, 부족함이 없는데, 끌리지 않아서 막막하고 당황스러운 대충 그런 느낌이다.</p>

<h2 id="사랑은-본질적으로-불륜이다"><strong>사랑은 본질적으로 불륜이다</strong></h2>

<p>감정수업이라는 책에서 철학자 강신주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불륜이라고 했다. 가족애의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 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며, 이것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떠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기존의 관계를 부정하는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p>

<p>내가 어디 가서 이 이야기를 꺼내면, 불륜이라는 단어 자체의 파급력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논란이 된다. 하지만 주변의 부부관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나 미디어 속의 묘사를 보더라도 부부 사이의 사랑은 이미 동지애나 가족애에 가깝다. 스킨십이나 애정표현도 매우 박하며, 가족끼리 그러는 것 아니라던가, 의리라던가, 애 때문에 산다는 둥의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생각과 표현들이 가득하다.</p>

<p>정말 사랑은 부부가 아닌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부부의 사랑은 낭만주의와는 다른 것인가? 확실한 것은 연애는 여행이나 일탈과 같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과정이며, 그 순간의 짜릿함은 모험과 탐험 이상의 경험이며, 경외와 감탄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껏 들뜬 시간을 보내게 된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혼 이후의 일상은 그런 모험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p>

<p>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내용일 수도 있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일 수도 있는 그 이야기들이 소설 뒷부분에 가득 채워진다. 일상의 무료함과 반복되는 평온에서 갑자기 찾아온 자극과 갈망 그것이 갖는 의미와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하지만 마지막은 솔직히 좀 실망했다. 조금은 교훈적이고 따분한 결말이었다. 알랭 드 보통이 그 후의 일상에서 낭만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낭만적 연애에 못지않은 순간들로 일상을 채워가는 내용으로 후속작을 준비해 주길 기대해 본다. 제목은 The Course of Love: part 2.</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으며 낭만적 사랑과 결혼 후의 일상을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2-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2-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how-do-you-live/"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published>2024-08-16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08-16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how-do-you-live</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how-do-you-live/"><![CDATA[<p><img src="/assets/img/brunch-11-cover.jpg" alt="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글 표지" /></p>

<p>나이가 들어도 수그러들지 않는 반골기질을 보유한 나에게 제목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었지만, 옆자리 막내가 추천해준 책이라 이성적으로 겸손한 마음을 장창하고 주문해서 읽었다. 두껍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출퇴근 길에 읽었는데, 가볍게 읽고 오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며 깊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미 나는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버렸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생각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실 읽는 내내 궁금했던 것은 우리 아이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린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방학을 맞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용돈을 미끼로ㅋ</p>

<h2 id="이-책이-나오기까지">이 책이 나오기까지</h2>

<p>가장 뒤에 붙어있는 글을 가장 먼저 소개하자면, 이 책은 일본이 동아시아를 침략했을 때, 어린 청소년들에게 국수주의와 반동사상을 넘어 인본주의를 알려주기 위해 기획되고 쓰여진 책이라고 한다. 1937년 7월에 처음 나오고, 태평양 전쟁 때는 출판이 금지되었다가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p>

<p>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고전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 기술이나 환경의 변화에 비해 매우 변화가 적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을 때도 70년 전에 쓰여졌다고 믿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에 미친 일본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p>

<p><img src="/assets/img/brunch-11-image-01.jpg" alt="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본문 사진 1" /></p>

<h2 id="좋은-사람이-하나-늘어나는-거에요">좋은 사람이 하나 늘어나는 거에요</h2>

<blockquote>
  <p>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이 세상에 좋은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에요.</p>
</blockquote>

<p>책을 소개시켜준 부서 막내가 책을 보면 떠오르는 문장이라고 하며 눈을 반짝인다. 나까지 마음이 훈훈해졌지만 무뚝뚝하게 “그렇구나” 한 마디만 했다. 반골기질이 풍부한 나에게도 이 책에서 나오는 바른 생활, 좋은 마음, 인간 다움에 대한 따스한 이야기들은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잘, 아주 잘 알아가는 나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소년이길, 내가 믿고 다짐했던 것들을 지키면서 살아 갈 수 있길,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더 배우면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p>

<p>이미 나는 내가 얼마나 더 좋은 사람이 될지 장담할 수도, 다짐할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나는 좋은 사람인척하지만, 너무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죄가 더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있을 것 같다. 나의 꿈이 흐릿해져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꿈을 꾸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p>

<p><img src="/assets/img/brunch-11-image-02.jpg" alt="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본문 사진 2" /></p>

<h2 id="사람이라면">사람이라면</h2>

<p>반골기질만큼 내게 풍부한 것은 고고한 허세다. 현실에서 내 생활은 허세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허세를 부린다. 예를 들면,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거면 죽겠다. 노후를 위해 아무것도 필요없다. 내 모든 것을 사회 환원하겠다. 평소에는 입밖으로 낼 수 없는 말들이지만, 술자리에서 종종 튀어나온다. 다음날 아침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다른 사람들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봐 미안한 마음도 든다. 분명히 현실과 다른 헛소리이기에 허세가 맞다. 아주 고고한척하는 허세라서, 고고한 허세라고 붙여보았는데, 떠벌이지말고 실천하자고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되새기고 있다.</p>

<p>책에서는 사람이라면 느껴야할 감정과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친구를 외면했을 때의 부끄러움, 용기 내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자책, 이해하기 힘든 만물이 이치를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드리는 것과 나라는 존재 그 자체에서 우러나는 자긍심 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어른이고, 그런 생각들이 어떻게든 조합되어서 고고한 허세를 뿜어내는 지금의 내 모습이 되어 버렸다.</p>

<p>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부분이 아주 많이 비어 있는 어른을 만날 때도 있다. 화가 나기보다는 안타깝다. 사연이 있었겠지만, 좋은 사연이 아니였을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 책을 그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 그래서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주변의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기를 추천한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배움과 용기, 어른과 아이들의 삶을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1-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1-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a-minimum-world-history/"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published>2024-06-30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06-30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a-minimum-world-history</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a-minimum-world-history/"><![CDATA[<p><img src="/assets/img/brunch-10-cover.webp" alt="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글 표지" /></p>

<p>요즘은 드라마나 TV 시리즈도 유튭에서 요약본을 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세계사에 대한 요약본도 나왔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는 그런 요약본 중 하나이다. 16부작 TV 시리즈를 1~2시간에 담아내는 것이 요약본인 것처럼, 이 책도 엄청난 압축을 통해서 세계사를 단숨에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사실 압축을 넘어서 거의 메타 정보 수준이다. 어려운 내용이 없고, 시간이나 사건의 흐름을 파악하기 좋게 정리하였으며 읽기 쉽게 풀어써서 누구든 한 두 시간이면 뚝딱 말그대로 최소한의 세계사를 경험 할 수 있게 해준다.</p>

<p>세계사에 시간을 들여서 공부할만큼의 관심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잠깐 훑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물론 세계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만, 이 책은 그 시작을 도와줄 수 있다.</p>

<p>요약본의 문제는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서 중요한 내용들이 생략되거나, 전체 방향에 대한 이해가 편향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감독이 마련해둔 디테일한 연출을 시청자가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가 해석해주는 대로 이해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있다. 이 책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p>

<p>특히, 주요 역사들의 너무 단편적인 내용만 있어서 자칫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되는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인데, 그것을 감안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역사적 사실에는 여러가지 상황과 배경이 있는데, <strong>책에서는 대표적인 한 두 가지만을 꼽아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을 갖을 수 있고 깊이 있는 생각을 방해하게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단편적인 사실을 주입하는 수준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strong></p>

<p>책을 읽어보고 관심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튭 클립을 찾아보거나 관련된 책을 더 읽어보는 쪽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향도 좋을 것 같다. 말그대로 <strong>‘최소한’</strong> 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를 읽으며 역사를 짧게 요약해서 이해하는 방법과 그 한계를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0-cover.webp"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10-cover.webp"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기후책 The Climate Book</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the-climate-book/"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기후책 The Climate Book" /><published>2024-06-21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06-21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the-climate-book</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the-climate-book/"><![CDATA[<p><img src="/assets/img/brunch-9-cover.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글 표지" /></p>

<p>초등학교 5학년때 선생님께 핵전쟁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이 있다.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배웠고, 중학생이 돼서는 공유제의 비극에 대해서 배웠던 것 같다. 인류의 한없는 욕망과 잘못된 판단 때문에 우리 모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큰 두려움을 배우는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그 두려움이 너무 멀리 있거나 감당할 수도, 관리할 수도 없다는 것도 함께 배웠다. 두려움과 두려움을 잊어버리는 법을 함께 배운 것이다.</p>

<p>성인이 되어, 그 또래의 자녀를 키우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잊어버리는 법,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딴 생각을 하는 법을 아주 잘 사용한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실력이 느는 것 같다.</p>

<p>이 책을 읽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그 두려움을 마주하고, 삶 속에서 외면했던 순간들을 처절하게 되생각해보는 각오가 필요하다. 적어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1.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1" /></p>

<h2 id="우리는-모두-연결되어-있다">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h2>

<p>이것은 우리가 기후 위기를 논하기 전에 가장 먼저 동의해야 할 중요한 전제이자 대명제이다. 북극해의 오염이 남극과 가장 가까운 남미 대륙 페루의 문제이기도 하며, 북미 대륙의 미국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서 배출하는 오염 물질은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라도 다르고, 대륙도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2.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2" /></p>

<p>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 다음으로 ‘어쩌라고?’ 라는 말이 나오는 게 어색하지는 않다는 것이 지금의 문제다. 이것은 단순히 ‘문제’라고 정의하는 것을 넘어서 ‘능력의 부재’ 또는 ‘노력의 부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이 걸려있고,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고, 솔직히 노력해도 잘 안되는 능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p>

<p>이것은 기후 문제 외에 다른 사회 문제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시작은 당연한 그 사실을 이해하고, 완전히 동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p>

<h2 id="거대한-가속">거대한 가속</h2>

<p>나는 엔지니어다. 첨단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역사를 공부할 때마다 놀라고, 감탄하는 부분은 현대 문명의 엄청난 가속도다. 지구의 나이는 대략 46억 년이고, 약 4500년 전에 글자가 있었고, 정보가 기록되었다. 200년 전 즈음에 증기기관이,66년 전에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었다. 각각은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시초가 되는데, 두 번의 혁명으로 인류의 에너지 소모량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단, 200년 전, 50년 전은 그보다 앞선 2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3.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3" /></p>

<p>나는 변화의 가장 앞 부분에 서있는 사람 중 하나임에도,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두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50년 전에 살았던 할머니를 이해하기 힘든 것보다 더 힘들게 내 손주와 소통해야 할지도 걱정이지만,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 준비하지 못한 채로 이뤄지는 변화가 가져올 알 수 없는 문제들이 더 큰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단지 한 두 가지 영역의 기술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기술과 역사를 공부할수록 더 깊은 상념에 젖게 된다.</p>

<p>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가속은 긍정적 측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뭐, 애초에 기술이라는 것 자체는 방향성이 없기 때문에 좋게 사용될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술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에 기후 문제의 위중함이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기술자로서 기술 발전이 분명 기후 문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이 그렇게 동작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적,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p>

<p>기술은 방향성이 없지만, 자본주의는 기술로 기후 문제를 가속화하고, 우리의 탐욕은 기술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기능을 마비 시켰기에 책의 저자들을 포함한 많은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좌절하고 있다.</p>

<h2 id="사지-않고-있는-거-더-쓰기">사지 않고, 있는 거 더 쓰기</h2>

<p>내가 좋아하는 당근 마켓은 필요 없는 것을 받았을 때, 멀쩡한대 필요 없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런 물건이 필요할 때 나눠 쓸 수 있는 좋은 서비스다. 근데, 더 좋은 것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새로 사고 쓰던 거 당근하지 말고, 당근으로 더 크고 좋은 것도 사지말고 가능하면 있는 거 더 쓰는 것이다. 아나바다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알면서도 힘든 일이다.</p>

<blockquote>
  <p>부자의 최대 이점은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야. - 노르웨이의 숲, 미도리</p>
</blockquote>

<p>돈이 없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옷으로 좀 대충 입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패션리더일 수 있다. 그래 그 마음으로 나도 이제 옷 좀 그만 사야겠다. 계절마다 두 벌 살 거 한 벌만 사야겠다. 있던 거로 한 번 더 버텨야겠다. 늘어지고 물 빠진 옷도 꿋꿋하게 입어봐야겠다.</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4.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4" /></p>

<h2 id="35-퍼센트-법칙">3.5 퍼센트 법칙</h2>

<p>온통 암울한 전망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이해와 태도가 전면적으로 전환되어서 급진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티핑 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가 논의되고 지금까지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던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이고, 민주주의를 기반한 사회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사람들의 변화는 곧 세상의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5.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5" /></p>

<p>책에서 주목받는 연구를 하나 소개하고 있는데, ‘3.5 퍼센트 법칙’이라고, 역사적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자국 정부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대규모 비폭력 운동에서 전 국민의 3.5퍼센트가 시위에 참가한 경우에는 실패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다. 일부 운동가들은 이 수치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세계적 기후 문제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 부적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수의 힘이 필요하고, 자발적 참여와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p>

<h2 id="코로나도-해냈잖아">코로나도 해냈잖아</h2>

<p>코로나도 전 세계적인 위기였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했다. 물론, 국가 간에 갈등과 불평등 문제도 있었지만,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것은 위기가 왔을 때 국가와 인류가 옳은 방향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 실제로 극복했던 경험이 남았다는 것이다.</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6.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6" /></p>

<p>특히,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는데, 책에 따르면 그때 재정 지출의 10분의 1을 5년간 탈탄소화에 직접 투입하면 파리 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지구 온난화를 2도 아래로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뭐?! 그렇다면, 같다고 아니 비슷한 위기라고 인식하면 확실한 행동력을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인식이 중요한 것이고, 정치가 중요하고, 그래서 이 책이 중요하다.</p>

<h2 id="정의를-이야기-해야-할-때">정의를 이야기 해야 할 때</h2>

<p>가장 어려운 일은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가 불평등하게 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없는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되며, 특정 지역의 사람들 역시 더 큰 고난을 겪게 된다. 근데, 아니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무관심하다. 홈리스와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가 받는 고통을 누구나 동일하게 받게 된다면 사람들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결코 그렇게 볼멘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p>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7.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7" /></p>

<p>기후 문제는 홈리스와 장애인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불의에 기반한다. 기후 문제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지구 자원의 잘 못된 과소비 문제로 정의한다면, 애초에 소비를 하지도 않았던 저소득 국가와 계층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게 되는 엄청난 불의가 있다. 책에서는 기후 정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의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정의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과 생각이 가장 어지럽게,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읽은 부분이다.</p>

<p>역사 속에 그런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기후 정의는 꼭 실현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이지만, 지금 세계의 전쟁 통을 생각하면 막막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p>

<h2 id="결국-내가-변화해야-한다">결국 내가 변화해야 한다</h2>

<p>기후 위기를 아주 짧게 정리해 보자면,</p>

<ul>
  <li>지금은 과학적으로 확실한 비상사태다.</li>
  <li>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더 큰 문제가 예상되며, 전환적인 대책과 행동이 필요하다.</li>
  <li>언론과 자본을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가장 많이 문제를 발생시키고, 가장 많이 문제를 왜곡시키고 있다.</li>
  <li>선진국 중심의 소비주의 생활 양식과 팽창하는 인구도 문제의 큰 축이다.</li>
</ul>

<p><img src="/assets/img/brunch-9-image-08.jpg" alt="기후책 The Climate Book 본문 사진 8" /></p>

<p>개인이, 사회가, 국가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처럼은 더 이상 안된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기후책》을 읽으며 기후 위기와 정의,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9-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9-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norwegian-wood/"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published>2024-03-06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03-06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norwegian-wood</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norwegian-wood/"><![CDATA[<p><img src="/assets/img/brunch-7-cover.jpg" alt="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글 표지" /></p>

<p>책을 다 읽고 나서 한 참을 침대에 누워서 천장등을 바라보았다. 내 눈은 고장이라도 난 건지 눈이 부신 LED 등을 보고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짙은 여운을 뒤로하고 여러 겹의 옷을 겹처입은 듯한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면서도 색다른 감정의 중첩을 느꼈다.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숨을 뱉으며 일어나서 휴일 점심을 간단히 빵으로 해치웠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숲,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 (Remastered 2009)를 유튭으로 들으면서 후기를 적어본다.</p>

<p>어릴 때부터 책장에서 보았고, 말도 많이 들었지만, 이 유명한 책을 이제 서야 읽게 되었다. 한 참 늦은 것 같지만 상관없이 좋았다. 오히려 나는 아껴둔 맛있는 간식을 꺼내먹는 이런 기분을 좋아해서 가끔은 일부러 남들 다 보는 것도 안 보고 버틴다.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궁금증을 참으면서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고, 조용히 메모장에 적어둔다. 그리고 일부러 관련된 이야기들은 애써 무시한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특히 패러디나 인용은 다 피할 수도 없다.</p>

<p><img src="/assets/img/brunch-7-image-01.jpg" alt="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사진 1" /></p>

<p>처음에는 문장이 좋았다.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는 페이지 모서리를 접어가며 읽었다. 읽다 보니 이야기가 좋았고, 더 읽다 보니 인물에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인상적인 문장들은 많았지만 더 읽다 보니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었다.</p>

<p><img src="/assets/img/brunch-7-image-02.jpg" alt="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사진 2" /></p>

<p>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은 참 매력이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지친 현대인들의 심리를 연구한 사회 과학 도서 같은 느낌이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들었을 때는 배경이 노르웨이인가 싶었다. 정작 다 읽고 나서 원곡 Norwegian Wood의 가사 번역을 읽으면서 곡을 들으니 곡으로 책을 쓴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동질감이 느껴진다.</p>

<p>예전에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도 공감이 되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도 비슷하다.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결코 가벼운 것이 될 수 없으며, 쉽사리 흩어져버리는 기억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집에 다녀와서 마음속에 일렁이는 감정들을 하루키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p>

<p>내 방에도 그녀에게 자랑하고 싶은 노르웨이산 가구만큼 멋진 가구가 있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문장과 이야기, 관계가 남기는 감정을 돌아봤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7-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7-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entry><title type="html">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title><link href="https://msalt.net/article/naming-nature/" rel="alternate" type="text/html" title="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published>2024-02-18T00:00:00+09:00</published><updated>2024-02-18T00:00:00+09:00</updated><id>https://msalt.net/article/naming-nature</id><content type="html" xml:base="https://msalt.net/article/naming-nature/"><![CDATA[<p><img src="/assets/img/brunch-4-cover.jpg" alt="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글 표지" /></p>

<p>최재천 교수님이 기후 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추천해 주셔서 읽어 보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책이었다. 어렵고 많은 양의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 있지만 저자가 탄탄한 구조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일반인도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을만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것은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해야 할지 마음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참을 읽을 때까지도 이 책이 기후 위기와 뭔 상관인가 싶었는데, 책을 덮을 때 즈음 이해가 되었다. 우리의 과학은 대체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한 질문을 남겨주었다.</p>

<p><img src="/assets/img/brunch-4-image-01.jpg" alt="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본문 사진 1" /></p>

<p>이 책은 생물 분류학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한다.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지만, 저자는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움벨트와 좁아져만 가는 생물 다양성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추가해서 전체적인 방향을 살짝 기울여놨다. 전체적인 내용도 조금씩 변경된 것 같고, 4부는 그런 저자의 생각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에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뭔가 뒤죽박죽,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있지만, 오히려 혼란스러운 상황을 솔직하게 담아낸 것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p>

<p>*움벨트 - 환경, 주변 세계를 뜻하는 독일어로 생물학자들에게 지각된 세계, 한 동물이 감각으로 인지한 세계를 의미한다.</p>

<h2 id="종의-기원과-진화"><strong>종의 기원과 진화</strong></h2>

<p>책의 많은 부분은 칼롤루스 린나이우스부터 다윈을 거쳐서 저자가 일했던 실험실에서 단백질을 통해서 자연을 이해하는 과학에 대해서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 진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깊게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해설하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던 과학자 할배들의 일생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p>

<p>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자연과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을 관찰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꾸준히 도전했으며 그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 과학적으로 아주 과학적으로 버섯은 식물보다는 동물과 더 가깝다고 한다. 생김새는 식물 같지만 DNA의 유사성을 살펴볼 때 과학적으로 사자와 더 가깝다고 한다.</p>

<p><img src="/assets/img/brunch-4-image-02.jpg" alt="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본문 사진 2" /></p>

<p>마찬가지로 폐를 가지고 있는 폐어라는 물고기 역시 다른 물고기와는 다르게 육지의 소와 더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학적인 관점에서 자연을 이해할 때 물고기라는 것은 없다. 종이라는 것 역시 정의할 수도 없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인종이라는 것도 없다.</p>

<p><img src="/assets/img/brunch-4-image-03.jpg" alt="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본문 사진 3" /></p>

<p>DNA를 포함한 다양한 발견과 기술을 바탕으로 생명 과학은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많은 질병을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mRNA 같은 기술을 사용해서 코로나 백신을 만들기도 하였다. 관찰과 가설 그리고 증명의 굴레는 기술의 힘을 빌려 더욱 힘차게 돌아갔고 과학은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하는 것 같다.</p>

<h2 id="너무-늦지-않게-자연으로-돌아가길"><strong>너무 늦지 않게 자연으로 돌아가길</strong></h2>

<p>매일 발표되는 놀라운 과학 기사를 보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잘 모르는 불치병과 새로운 질병 그리고 현대 의학의 다양한 부작용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p>

<p>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 지구 생태계의 종 다양성 문제 등에서도 과학은 힘을 못쓰는 것 같고,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닌 것 같다. 과학은 더 발달하고 있지만, 환경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있고, 우리는 자연과 더 멀어지고 있다.</p>

<p>과학을 탓하거나 잘못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생명체는 4개의 염기쌍의 조합으로 기록될 것이며, 인간의 자연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strong>우리가 자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완벽히 통제된 환경에서 살아가길 원하면서 우리의 관심사는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움벨트, 우리가 창조해낸 브랜드와 가상 환경 속으로 좁혀져 갈 것이다.</strong></p>

<p>저자도 책에서 그런 우려를 표하고 있다. <strong>우리가 자연을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 무관심해진 모순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strong></p>

<h2 id="과학의-한계"><strong>과학의 한계</strong></h2>

<p>책을 다 읽고 나서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물고기도 없고, 종도 없다는 과학적으로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들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의미도 전부 바꿔야 할까? 물고기 요리라는 표현을 없애고, 인종 차별이라는 단어도 바꾸고, 성별이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일까? 유전적으로 진화 관점에서 원숭이보다 우리가 존엄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p>

<p>과학의 업적과 성취, 정리된 사실 관계를 부정하거나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계 속에서 밝혀진 사실들이 우리의 가치관과 도덕관념 등에 무분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p>

<p>과학을 통해서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 겸손한 자세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보존하면 좋을 텐데, 더 큰 무관심과 오만으로 인류의 성취를 과신하면서 환경과 사회에 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p>

<p><strong>자연에 이름을 붙이는 노력은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다. 자의는 아니겠지만, 과학은 발전하면서 그 노력을 무력화했고, 사람들은 자연을 흥미가 떨어진 장난감처럼 내팽개쳤다. 아주 비슷하게 과학은 우주 시대를 꿈꾸게 하고 화성으로 이주를 준비하도록 만들면서, 지구가 무참히 망가지는 상황에서 인류의 죄책감을 지워버리고 있다.</strong></p>

<p>과학을 좋아하고, 더 알고 싶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더 겸손해진다. 과학을 안다면, 진정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가 아는 과학자들은 모두 과학의 한계를 잘 알고 있고, 겸손하게 과학의 눈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하지만 과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견강부회하는데 사용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p>

<p>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남겨지는 질문과 고민이 독후감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절절히 이어진다.</p>]]></content><author><name>맛소금</name></author><summary type="html"><![CDATA[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읽으며 생물 분류학과 과학의 한계,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를 생각했다.]]></summary><media:thumbnail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4-cover.jpg" /><media:content medium="image" url="https://msalt.net/assets/img/brunch-4-cover.jpg" xmlns:media="http://search.yahoo.com/mrss/" /></entry></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