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 《요리를 한다는 것》

흑백요리사 2 우승자 최강록 요리사의 에세이인데, 참 재미있게 읽었다. 일단 재미있고, 본인의 말투를 그대로 글로 옮겨놔서 마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대필은 확실히 아님ㅋ 공감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는데, 전체적으로 삶의 흐름이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공감이 많이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비슷한 책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든 올해 아주 짧게라도 비슷한 형식으로 책 또는 책자로라도 나의 프로그래밍 인생에 대한 에세이를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기승전 요리

4개의 키워드로 큰 구분이 있다. 음식, 요리, 식당, 요리사라는 키워드인데, 사실 모두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릴 때 먹었던 음식부터 좋아하는 음식까지 개인적인 경험을 쭈욱 이야기하는데,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작가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음식 다음으로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요리에 대한 소소한 생각이나 에피소드부터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내가 늘 하는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이 시작해서 밤새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늘 하는 일이면서도 매번 고민하고 또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참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요리 다음은 식당인데, 이것은 프로페셔널, 즉 직업으로써 일에 대한 경험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직업 프로그래머이면서도 취미로 토이 프로젝트도 하고, 가끔은 해커톤 같은 행사에 나가서 밤새 프로그래밍을 하기도 한다. 이때 프로그래밍이라는 행위는 같지만 상황에 따라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강록 요리사의 요리도 마찬가지다. 흑백요리사 속의 요리와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의 요리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요리사라는 키워드로 그동안 대중들에게 보였던 자신의 모습과 그 이면의 모습, 그리고 그 간격에 대한 고민이나 자신의 생각을 겸손하게 풀어놨다. 4가지 키워드는 모두 온통 요리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구성처럼 나도 어쩌다 보니까 내 삶은 어떤 하나의 큰 주제가 중심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을 일하다 보니 해왔던 일들, 때로는 너무 부끄럽고, 부족하고, 하찮은 것 같고, 매 순간은 지겹게 반복되는 제자리걸음 같은 것들이 이제는 지울 수 없는 묵직한 중심이 되어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게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책 한 권을 뚝딱 쓸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누가 아재의 때 묻은 청춘 이야기를 집어 들 것이냐 일 것이다. 매번 내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어 버리는 아내를 생각해 볼 때, 그 책은 무료 배포하거나 받침대로 활용하기 좋게 디자인해야 할 것 같다.